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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AI보다 치명적인 '사회적 전염병'…정책적 자살예방 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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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14-03-10 09:35 | 조회 | 639 | ||||||
AI보다 치명적인 '사회적 전염병'…정책적 자살예방 필요핀란드 국가주도 자살예방 효과 증명…韓 자살예방 정책 '걸음마' 수준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하세린 기자 입력 : 2014.03.10 05:45
'OECD 자살률 1위'. 대한민국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다. '인식 부족'은 옛말. 이제 정부도, 국민도 자살의 심각성을 안다. 문제는 모두가 자살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자살의 원인분석과 예방대책, 윤리적 인식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자살을 치명적인 '사회적 전염병'으로 인식하고 각 부처와 지자체, 의료기관 등을 주도해 초국적인 예방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자살률 반토막 핀란드=핀란드는 국가주도로 자살률을 낮춘 모범사례로 꼽힌다. 핀란드는 산업화 과정에서 자살률이 3배로 급증하는 등 20세기 내내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정부는 10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1992년 세계 최초로 국가주도의 '자살예방 프로젝트'(Suicide Can Be Prevented. A Target and Action Strategy for Suicide Prevention)를 시행했다.
첫 단계로 1987년 4월부터 1988년 3월까지 1년간 총 1397건에 대해 심리적 부검을 실시했다. 자살자의 일기부터 의료기록과 경찰기록, 주변인물의 진술을 토대로 자살의 원인을 분석한 것. 5년간 자료수집·분석에만 전문가 5만여명이 투입됐다. 핀란드는 이를 통해 자살자의 약 80%가 사망 당시 정신적 질환상태였음을 최초로 밝혀냈다. 이중 15%만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었고 나머지 85%는 자신의 문제도 모른 채 사망했다. 핀란드 정부는 심리적 부검결과를 토대로 유형별 예방프로그램을 만들었다. 500여개 코뮌(지방자치 기본단위) 공공의료센터에 정신과 간호사를 배치해 우울증이나 자살충동 여부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도록 했으며 학교마다 간호사를 배치해 정기적으로 면담과 심리치료를 받도록 했다. 성과는 더디게 나타났다. 심리적 부검이 진행 중이던 1990년 1만 명 당 자살자는 30.2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10여년이 지난 1995년에야 자살률이 26.9명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꾸준하고 장기적인 투자 결과 2010년 자살률은 17.3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韓 자살예방 '걸음마'=우리나라가 '자살예방'을 정책적으로 추진한 건 최근 일이다. 2004년과 2009년 제1·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은 극히 미흡한 수준이었고, 2012년 '자살예방과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시행되고 나서야 근거법을 토대로 예방사업을 벌이게 됐다. 투자는 터무니없이 적다. 지난해 예산은 48억원으로 보건분야 총예산의 0.06%이자 일본(약 3000억원)의 62분의 1 수준. 국가적 자살실태조사는 지난해 처음 실시했다. 심리적 부검을 벤치마킹하려 하지만 올해 처음 확보된 예산은 고작 9억6000만원이다. 김현정 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은 "정부는 조류독감(AI)으로 10여명이 사망하는 것은 심각하게 여기면서 한해 1만4000여명이 사망하는 '사회적 전염병'인 자살엔 손 놓고 있다"며 "자살예방의 성과가 단번에 드러나지 않고 무형의 것이라 등한시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각 지자체의 자살예방센터와 정신보건센터, 병원과 상담기관 등이 통합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살과 관련해 교과부(청소년 자살), 국방부(군인 자살), 여성가족부, 기획재정부(일자리), 농림부(노인 자살) 등 안 걸린 데가 없는데 현재 보건복지부 산하의 한 과가 총괄하는 식이라 원만한 협조를 받기가 어렵다"며 "국무총리나 청와대 산하에 특별위원회 등을 꾸려 초국가적으로 자살예방사업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 사회가 나서야=뉴질랜드는 국가 자살예방전략에 '누구나 자살예방을 위한 역할이 있다'고 명시했다. 자살은 복합적인 문제로 정부뿐 아니라 전 국민이 '게이트키퍼'로 나서야만 해결 가능하다는 취지다. 가족과 이웃에 대한 관심, 소외계층과 독거노인 등 고위험군의 지속적 '돌봄'이 필수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 국민이 자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누군가 자살징후를 보이면 조기에 발견해 전문기관에 인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태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촘촘한 지역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며 "동, 리, 반 등 행정구역별로 쪼개 1대1로 개개인의 어려움을 살필 수 있게 시스템을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자살 관련 인식전환을 위한 대국민 홍보와 교육도 확대돼야 한다. 높은 자살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숨기기 급급해 '심리적 부검' 등 연구가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김현정 위원장은 "생명존중 교육을 커리큘럼에 의무화하고 인터넷과 언론 보도에 '자살' 표현을 자제하도록 하고, 기업도 조직원의 정신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누구도 자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머니투데이 뉴스 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4030912161014618&outlin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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